[시나리오&소설] 바람의 나라: 붉은 여우의 계약 -3화-
본문
제3화. 망자의 책과 붉은 길드
“부여성에… 이런 기운이 감돌다니.”
유화는 성문 앞에서 멈춰 섰다. 도시의 공기는 예전과 달랐다. 분주한 상인들, 무심한 병사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뒤섞여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불길함이 숨어 있었다.
붉은 여우는 유화의 어깨에 올라탄 채, 귀를 쫑긋 세웠다.
“성 안에,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
“느꼈군. 나도야. …도적들이다.”
유화는 기억을 떠올렸다. 이 도시는 그의 고향이자, 과거 '붉은 길드'의 본거지였다. 과거, 유화는 이들과 함께 도적, 무사, 주술사로 이루어진 혼성 파티로 수많은 던전을 공략했던 사이였다.
하지만 흑사문과의 첫 전투 이후, 길드는 해체되었고… 대부분 연락이 끊겼다.
“그 녀석들… 아직 이 도시에 남아 있었나 보군.”
잠시 후, 유화는 도시 중심의 ‘연무장’을 향했다. 그곳엔 이미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다.
짙은 청색 도포에 검은 눈을 한 사내. 허리엔 구름을 품은 듯한 곡검이 매달려 있었다.
“오랜만이다, 유화.”
“백도.”
백도(白道) — 과거 붉은 길드의 리더였고, 유화의 가장 가까운 동료였던 자. 이제는 부여성 암시장을 장악한 정보상인이자, 그림자와 같은 무사였다.
“이번엔 왜 돌아온 거지? 그림자 숲에서 강한 도력 폭발이 감지됐을 때, 혹시 했는데… 설마 다시 ‘그 녀석’과 계약할 줄이야.”
“흑사문이 깨어났다.”
유화는 그 한 마디로 대화를 정리했다. 백도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망자의 책인가?”
“그래. 누군가 그 금서를 찾고 있어. 내 예감이 맞다면, 그 중심엔— 우리 중 하나가 있다.”
“…….”
백도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조용히 연무장의 문을 닫았다.
“좋아. 그럼… 붉은 길드, 다시 소집하지.”
그 순간, 어딘가에서 피어나는 붉은 연기. 한 여인이 허공을 가르며 나타났다.
붉은 머리칼, 검은 화살과 함께 등장한 자 — 연화, 붉은 길드의 궁사이자, 백도의 여동생이었다.
“오랜만이네, 오빠. 유화도.”
“연화… 넌 지금까지도 살아있었군.”
“그럼.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거든.”
그녀는 작은 천조각을 던졌다.
천에는 오래된 고서의 조각이 그려져 있었다. 망자의 책, 제3장. 그리고 그 아래 적힌 단어는…
“지옥의 문이, 천 년의 잠에서 깨어난다.”
유화는 단단히 입을 다물었다.
이 싸움은 단순한 복수가 아니었다. 이제, 세계의 균형이 걸린 전쟁이었다.
[다음화 예고 – 제4화. 얼음 동굴과 봉인의 파수꾼]
: 붉은 길드는 첫 단서를 따라 ‘얼음 동굴’로 향한다. 그곳엔 봉인된 존재, 그리고 흑사문의 첫 번째 그림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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