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화 버전의 무과금 유저들의 삶 3편 -곰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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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화 시절, 레벨 20을 찍으면 그때부터 유료였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당연히 내지 못한다. 용돈도 적고(아예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오락에 돈을 쓴다는 것'을 부모님들이 허락하지 않으니까.
정액비가 없는 친구들은 종종 넥슨PC방에 가서 게임을 돌리는 방법이 있었으나...
PC방에 갈 여력도 없고(초등학교에서 PC방을 금지시키고, 이용할 경우 벌점을 주는 경우도 당시에는 허다했음)
갈 용기도 없고(당시에는 PC방에 불량배들만 있다는 인식도 강했음. 한량/백수/건달 등등... 금연석도 없던 때)
갈 돈도 없던 수많은 초등학생들은 레벨 19까지만 키우며 살아야 했다.
당연히 레벨이 적으니까 놀만한 곳도 적다.
기껏해야 곰굴. 그나마 돼지굴은 레벨 19로는 단독 솔플도 힘든 편이다(주술사 제외).
쥐굴과 곰굴은 초록 옷을 입은 16미만 유저들의 놀이터나 다름없다.
레벨 16을 찍고 보라색 상점옷을 입을 무렵에는 다른 곳으로 떠나기 시작한다.
원거리 공격마법이 있는 주술사, 도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돼지굴로 떠난다.
(주술사는 레벨6, 도사는 레벨12에 공격마법을 익힌다.)
돼지굴의 경우에는 경험치도 상대적으로 빵빵하며, 무엇보다 '숲돼지고기', '산돼지고기', '철검' 등을 얻어서 쏠쏠하게 용돈벌이를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주술사를 키우던 시절에는 레벨 12부터 19까지는 동동주를 빨면서 돼지굴에 살다시피 했다.
그러나 원거리 공격마법이 없는 전사, 도적에게는 자살행위다.
숲돼지와 산돼지, 그리고 홍돼지에게 도전하기에는 레벨 16짜리 전사, 도적의 맷집은 유리몸 수준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디로 갈까.
쥐굴지하를 탐방하며 간간이 레벨업을 하는 유저들도 있었으며, 힘의투구를 얻기 위해 각 성의 뱀굴을 떠돌며 왕구렁이, 구렁이를 사냥하는 유저들도 나왔다.
개중에는 도씨검과 보라색남자갑옷을 입고 초보자사냥터에 가서 '초보자 사냥터 여포'로 살던 이들도 종종 볼 수가 있었다.
(유료화 시절에는 19미만 유저들이 초보자 사냥터에서 일진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사람은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법이다.
새로운 보라색 옷을 걸친 전사와 도적들은 그렇게 새로운 사냥터로 떠난다.
돼지굴처럼 빡세지도 않으면서, 한적하게 사냥을 할만한 곳으로.
바로 곰굴이다. 곰굴은 이름과 달리, 곰만 모여살지는 않는다.
사진을 보면 알 수가 있듯, 특이하게도 호랑이까지 있다.
당시 바람의나라 설명에는 '곰과 함께 어울려사는 희귀한 호랑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아무래도 곰과 호랑이가 함께 동굴에서 지낸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한게 아닐까 싶다)
앞에서 설명했던 쥐굴, 뱀굴과 달리 여기 곰굴에는 '보스몬스터'가 없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는 보스몬스터가 있다.
'진호'라는 보라색 호랑이다. 사실 필자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진호 자체가 상당히 희귀한 편이었는데, 젠 시간도 1시간 가량이었으며, 곰굴6에서 나온다.
평웅, 평호, 진웅, 진호.
일단 이름들부터 심상치가 않다. 아무래도 '평범한 곰=평웅', '평범한 호랑이=평호', '털빛이 진한 곰=진웅', '털빛이 진한 호랑이=진호'라는 뜻으로 몬스터들의 이름을 짓지 않았나 싶다. (추후에 곰이라는 이름의 몬스터가 추가됐다고 한다.)
희안하게도 곰굴인데 호랑이 종류의 비율이 절반이며
심지어 '곰굴'인데도 보스몹이 호랑이다. (홈페이지에서 진호가 곰굴의 Boss라고 당당하게 적어놨었다)
물론 실제 곰굴을 들어가면 곰이 다수다. 그런데 아직도 왜 호랑이가 곰굴의 보스인지 모르겠다.
곰굴이기에 당연히 주요 획득아이템은 '웅담'이다.
빨간색의 둥그렇게 생긴게 웅담이다. 먹으면 체력을 꽤 회복시켜줬다.
그래서 은근히 곰굴은 자급자족이 가능했다. 혼자 솔플하던 전사나 도적들이 웅담을 주워서 위기때 섭취하는 베어그릴스 방식의 플레이가 가능했다. 다만 웅담이 그리 자주 나오는 편도 아니었고, 누군가 버려진 웅담을 주워먹는 경우가 흔했다.
평호는 호랑이고기를 떨어뜨리고는 했다. 생각보다 꽤 자주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역시 웅담처럼 체력회복용으로 써먹었다.
보라색 팬돌이인 진웅은 '지력의투구1'을 가끔 떨구기도 했다. 당시 상점의 투구를 끼던 대다수의 유저들은 저 투구를 보면 십중팔구 끼고 다니고는 했다. (그나마 무과금 유저들이 사냥을 통해서 얻을만한 투구였다)
중간중간에 진웅이 귀환비서도 떨어뜨리고는 했는데, 주막에서 요긴하게 썼다.
필자도 레벨 16의 전사로 플레이하면서 열심히 도씨검으로 곰들을 썰어대며 웅담과 지력의 투구를 얻고는 했다.
지력의투구1은 사실 아주 좋은 성능은 아닌 걸로 기억하는데, 그래도 무과금 유저들은 '있으면 좋은 것'으로 여겨졌다.
여러분들도 익히 아실 '뢰진도' 퀘스트의 진행장소이기도 하다.
25만전을 주고 물병을 사서, 그것을 국내성의 곰굴5에서 떠가는 퀘스트다.
하지만 무과금 시절, 10만전만 있어도 갑부소리를 듣던 시절에 무과금 유저들이 그럴 돈이 있을리가.
그저 무과금 유저들에게는 '괴상하게 생긴 용암', '곰과 호랑이가 들어가는 용암목욕탕' 취급을 받았다.
또 하나 특이한 점. 곰굴이라고 하는데, 곰들이 전원 판다곰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사실 판다곰은 한반도는 물론이거니와 만주지역에도 서식하지 않는다. (현재의 티베트 지역에서 서식)
어린 시절에는 "왜 곰굴에 전부 팬더곰만 나오는거야??"라는 의문을 잠깐 품은 적이 있었다.
(당시 2000년에 '헬로 팬돌이'라는 팬더곰 음료수가 핫했는데, 그 영향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근래에 출시하는 '바람의나라: 연'이라는 구버전 컨셉의 게임에서는 곰들의 모습이 바뀐다고 한다.
(판다곰 대신에 흑곰, 불곰 등으로 바뀐다고 한다. 사실 고증으로 따지면 이게 맞긴 하다.)
주술사들이 쓸고 다니고, 전사와 도적, 도사들이 그룹사냥을 펼치던 쥐굴/뱀굴과 달리
곰굴은 굉장히 한산했다. 사람들이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접근성으로만 따져도, 곰굴은 꽤 구석에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구려 기준)
반면 돼지굴이나 쥐굴/뱀굴은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았다.
(국내성 기준으로 돼지굴은 비영사천문-동문, 쥐굴은 주막 근처라서 접근용이)
곰굴은 사실 뭔가 애매한 느낌이 많았다.
특별히 얻을 수가 있는 아이템이 매우 좋은 편도 아니었고, 그렇게 아주 인기가 있는 사냥터도 아니었다.
또 하나 애매한 점은, 포스가 너무나도 떨어졌다는 점이다.
흔히 중국에서는 용맹한 장수를 일컬을 때 '곰과 호랑이와 같은 장수'라고 불렀다.
그런데 바람의나라에서는 그게 아니다.
돼지와 여우보다 약한 곰과 호랑이. 이거 실화냐?
경험치만 비교하더라도 여우굴은 비교할 바가 아니며, 다음에 다룰 돼지굴보다도 약하다.
특히나 보스몬스터의 경험치를 비교하면 더욱 암울해진다.
(불구미호 7만, 홍돼지 2만 5천, 진호 1만)
경험치만 따져보면 오히려 그룹사냥을 통해 돼지굴로 가고 말지, 접근성도 떨어지는 곰굴에 가지는 않을 것이다.
(솔로플레이를 좋아하는 분들은 곰굴에 가시는 경우가 있었다.)
사실 곰굴은 컨셉 자체가 실패한 컨셉이 아닐까 싶다.
우선 몬스터의 종류도 다양하지 못하며, 전부 색깔놀이로 끝내놨다. 위치 접근성도 떨어진다.
당연히 몬스터의 숫자가 매우 다양한 쥐굴, 접근성이 좋은 뱀굴이나 돼지굴보다 인기도가 떨어질만 하다.
무엇보다 '곰굴'인데 너무 성의없이 몬스터들을 배치했다.
차라리 아기곰, 반달곰, 미친곰, 늙은곰, 불곰 같은 곰들을 배치하면 어땠을까 싶다.
곰굴 보스 - 불곰 (예시)
곰굴의 가장 심각한 점은 몬스터들이 너무 단조로웠고, 드랍하는 아이템들도 어중간했다는 점이다.
적절한 종류의 몬스터, 그와 관련된 퀘스트, 주울만한 아이템들이 있었다면 내 기억은 돼지굴처럼 괜찮았을 것 같다.
또한 난이도를 조정해서, 오히려 여우굴-돼지굴-곰굴-호랑이굴(곰굴에서 독립)의 강함순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렇게 했다면 돼지나 여우보다 약해빠진 곰과 호랑이의 추태를 보지도 않았을테니 말이다.
바람의나라가 1시간만에 99를 찍는 세상이 됨에 따라 쥐굴, 뱀굴은 발길이 뚝 끊겼다.
곰굴도 그 여파를 피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가끔 와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런 사람들의 발길이 완전히 끊겼으니까.
다만 쥐굴, 뱀굴은 너무 극단적인 변화로 발생한 참사였다면, 곰굴은 애초부터 실패한 사냥터라는 생각만이 든다.
(급작스러운 환경변화로 도산하는 중견기업과, 원래부터 장사가 안되는 중소기업과 같은 느낌...)
다음 편은 돼지굴을 다뤄볼 생각이다.
돼지굴 이후에는 무과금 유저들이 하던 퀘스트들을 다뤄볼까 한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셔서 놀랐다.
그냥 써보는 내 칼럼을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따봉
바람인사이드 나루 Fkitirt
댓글 목록 24
칼스님의 댓글
칼스 쪽지쪽지보내기 프로필프로필확인 검색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전체게시물4편 돼지굴도 기대하겠습니다!
재규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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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추억 쪽지쪽지보내기 프로필프로필확인 검색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전체게시물쪼렙시절 저에게는 최애 사냥터였어서 이렇게 인기 없는 곳이었는 줄 몰랐군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