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화 버전의 무과금 유저들의 삶 2편 -뱀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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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화 시절, 레벨 20을 찍으면 그때부터 유료였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당연히 내지 못한다. 용돈도 적고(아예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오락에 돈을 쓴다는 것'을 부모님들이 허락하지 않으니까.
정액비가 없는 친구들은 종종 넥슨PC방에 가서 게임을 돌리는 방법이 있었으나...
PC방에 갈 여력도 없고(초등학교에서 PC방을 금지시키고, 이용할 경우 벌점을 주는 경우도 당시에는 허다했음)
갈 용기도 없고(당시에는 PC방에 불량배들만 있다는 인식도 강했음. 한량/백수/건달 등등... 금연석도 없던 때)
갈 돈도 없던 수많은 초등학생들은 레벨 19까지만 키우며 살아야 했다.
당연히 레벨이 적으니까 놀만한 곳도 적다.
기껏해야 곰굴. 그나마 돼지굴은 레벨 19로는 단독 솔플도 힘든 편이다(주술사 제외).
쥐굴에서 놀던 유저들도 질리는 경우가 늘어난다. 특히 쥐굴은 6굴까지밖에 없었기에, 더 빨리 지루해진다.
쥐굴지하가 존재한다지만, 너무나도 넓은 맵, 맵에 비해서 너무나도 드문드문 퍼져있는 몹들로 인해서 인기가 없었다.
그래서 다수의 유저들은 쥐굴6의 너머에 있는 뱀굴로 넘어가고는 했다.
스크린샷을 보면 히무라 유저가 분노하고 있는데, 이는 투명도적이 길목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종종 부캐를 키우는 유저들은 자신의 투명도적을 동원해서 이렇게 길을 막고는 했다.
다만 투명도적도 비영승보 등의 기술을 사용하면 넘어갈 수는 있으나... 비영승보는 도적만이 배울 수가 있으며, 그것도 레벨이 30이 넘어서 (내 기억으로는 56 언저리였던 것 같음) 배우기에 그렇게 쓸모는 없는 편이다. 뱀굴은 정말 높게 잡아봐야 레벨 25까지 놀수가 있는 맵이다. 비영승보를 배운 도적은 이런 후미진 곳에는 안온다.
(훗날 뱀술 퀘스트가 생기면서 비영승보 도적들이 뱀굴에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생겼는데, 이는 나중에 다뤄보겠다)
뱀굴에 올라오면 연두색 뱀과 진녹색 뱀 2종류가 보인다.
연두색 뱀은 그냥 '뱀'이고, 진녹색 뱀은 '독사'다. 독사가 더 강하며 경험치도 많이주는 편이다.
뱀을 죽이면 뱀고기가 나오는데, 체력 채우기로는 좋은 편이다. 즉, 전사라면 사냥하면서 체력이 부족하면 떨어진 뱀고기를 주워먹는 등... 자급자족이 굉장히 좋은 맵이다. 따라서 체력소모가 큰 전사, 도적에게는 최적의 사냥터인 셈이다.
뱀굴 5굴 부터는 새로운 뱀들이 등장한다. 진백사의 모습이 잘 안보이기에 6굴 사진을 대신 가져왔다.
하얀 뱀은 백사, 노란 뱀은 진백사.
도씨검을 든 16짜리 전사들이 놀기에 딱 좋은 장소다. 특히 과거 연서버에서 백금소투구, 백금소장갑 등의 힘을 올려주는 희귀아이템을 가진 갑부전사들은 현철중검을 끼고 돌아다니며 뱀 학살에 일조했다.
백사와 진백사는 경험치를 꽤 줬는데, 특히 진백사는 가끔가다가 100전씩 흘리기도 해서 용돈벌이로는 쏠쏠했다.
(진백사의 설정상 온몸이 끈적거려서 가끔 은전이 몸에 달라붙는다는 설정이 있다)
이 외에도 진백사는 보라박쥐처럼 가끔가다가 귀환비서도 떨어뜨리기에, 그것 역시 쏠쏠했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성을 옮겨다니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번거로웠다.)
7굴까지 직행하면, 움막 같은 곳이 보인다. 저기가 바로 8굴 입구다.
저기에 들어가면 보스몹이 등장한다. 뱀굴은 맵 자체가 매우 넓기에 저런 울타리 속에 아이템을 숨겨두고, 본캐로 접속해서 아이템을 가져가는 식으로 템을 옮기는 방식이 성행했었다. 그러나 반투명 패치가 이뤄지면서 그런 풍습은 사라졌다.
가면 졸개들 외에, 커다란 백사와 커다란 진백사가 나온다.
커다란 백사 : 구렁이
커다란 진백사 : 왕구렁이
이름답게 왕구렁이가 실질적인 맵의 보스 역할을 맡고 있다.
구렁이의 경우, 좋은뱀고기를 드랍하고 왕구렁이 역시 좋은뱀고기를 드랍한다. 다만 왕구렁이의 경우 매우 낮은 확률로 힘의투구1을 드랍하는데, 필자의 경우에는 40번 넘게 사냥했음에도 좋은뱀고기, 혹은 아무 것도 떨구지도 않았다.
이들 좋은뱀고기는 초창기에는 '그저 희귀하고 체력 많이 채워지는 회복템'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 좋은뱀고기는 훗날 '뱀술 퀘스트'의 등장으로 가치가 살짝 올라갔다.
(한순간에 코브라로 종이 변경되버린 구렁이와 왕구렁이)
사족이지만, 신버전에서는 구렁이와 왕구렁이가 뜬금없이 코브라의 모습으로 변질됐다.
아무래도 '뱀의 왕'이라는 느낌을 부각시키고자, 강렬한 코브라의 모습을 채택한 모양인데... 오히려 쌩뚱 맞은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다. (2세기 고구려에 왜 코브라가?)
다만 제작진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는 점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렁이와 왕구렁이는 백사와 진백사의 크기를 그냥 크게 만든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신버전 제작 당시에 제작진은 나름 큰맘 먹고 정성스럽게 코브라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굳이 코브라로 했어야 하는가'는 점이다.
오히려 사나워 보이는 큰 뱀을 만들었어도 무방했을텐데 말이다.
꼭 디워에 등장하는 이무기(?) 브라퀴와 많이 닮았다는 느낌도 들었다.
현재 바람의나라는 3시간이면 레벨 99를 찍는다고 한다.
도씨검을 들고 뱀굴을 굳이 찾아갈 이유가 없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뱀굴 역시 쥐굴처럼 버려졌다. 시대가 변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으나, 너무 극단적 변화가 낳은 참사가 아닐까 싶다.
다음 편은 곰굴을 다뤄볼 생각이다. 유료시절에 유저들이 즐겨하던 사냥터들이 사라지면, 퀘스트를 다뤄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