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가 ‘변질’이 되기까지.
본문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이 있다. 옛 것을 익히고 새 것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한다. 그리고 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바람의나라라고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기에 ‘새 것’ 을 받아들이는 패치가 진행됐다. 기술연마, 격전지, 백제 등….
발빠른 변화에 맞춰가기 위해 받아들인 ‘새 것’ 들은 좋은 반응을 이루어 냈고, 모든 것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계가 있었으니 ‘새 것’ 에 치중한 나머지 ‘옛 것’ 을 익히지 못한 채 방치시켜 버렸다는 점이다.
‘옛 것’ 과 ‘새 것’ 이 자연스럽게 융화되어 ‘온전한 새 것’ 이 되어야 하는데 바람의나라는 그렇지 못하고 ‘굴러온 돌’ 신세가 되고 있다.
바람의나라에서 ‘굴러온 돌: 새 것’ 이 밀어내버린 ‘박힌 돌: 옛 것’ 이 얼마나 많은가.
(1) 기술연마
대대적인 인터페이스 패치를 통해 기술연마가 선보이며 유저의 마법이 세분화 되고 상향 되었다.
그로 인해 기존 유저에게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주었던 아이템들이 하나둘씩 소외되는 현상이 목격되었다.
필자의 직업인 도사를 예를 들자면 기술연마 패치로 ‘혼마율’ 의 상향이 이루어진데다 ‘비원류’ 같은 대량회복마법이 추가되며 ‘백호의희원’ 사용빈도가 줄어, 한 때 최고의 무기라고 꼽혔던 ‘용겸류(용의제X노)’ 는 찬 밥 신세로 나락해버렸다.
또한 지옥의 ‘극빙지옥X장’ 을 시작으로 한 ‘체격’ 의 여파로, 크게 무기의 영향을 받지 않았기에 다양성이 보장되었던 도사들의 무기 선호도는 극소수의 ‘신규아이템’ 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보였다.
(2) 백제
연대기사냥터(시간의문), 지옥 같은 고경험치 사냥터가 추가됨에 따라 인원이 한 곳에 밀집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대응책으로 유저들이 요구한 사항이 바로 ‘인스턴트 던전(이하 인던)’ 의 추가. 타 게임에서 모티브를 따와 바람의나라에도 적용하자는 뜻이었다.
그에 부응하여 새로 생긴 ‘백제’. ‘인던’ 이 활성화 됨에 따라 몇 개의 사냥터로 집중되던 인원들이 분산되었고 집중포화 현상은 해소되는 듯 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으니 ‘인던’ 의 경험치가 이전의 고경험치 사냥터와 비등할 정도로 높다는 것이었다.
같은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다면 열에 아홉은 경쟁 및 강침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일반사냥터보다 안정적으로 사냥을 즐길 수 있는 ‘인던’ 을 찾는 이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당연스레 기존의 사냥터들은 시야 밖으로 벗어나버렸다.
현재로썬 기존의 고경험치 사냥터들은 ‘매크로’ 들만이 판치고 있을 뿐, 버려진 사냥터나 다름 없어진 상태이다.
‘매크로’ 야 과거부터 활성화 되어 있었다지만 사냥하는 일반 유저가 적어짐에 따라 매크로의 ‘사냥터 정복’ 은 한결 쉬워진 셈이다.
사냥터뿐만 아니라 백제퀘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아이템들 또한 ‘획기적’ 인 옵션을 두루 갖추고 있다.
현재 가장 선호도가 높은 ‘금반지류, 청동거울류’ 만 봐도 과거의 아이템들에 대한 판도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기존에 없던 ‘시전향상’ 옵션을 달고 출시된 금반지류.
기존의 궁극의 아이템이라 불리던 ‘쇄자류’, 서민들에게 두루 쓰이던 ‘용왕의반지’ ‘백옥노리개’ 등의 아이템은 기존의 능력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한계점에 ‘신예 아이템’ 에게 ‘국민 방어구’ 자리를 넘겨주게 되었다.
단적인 예로 기술연마와 백제를 들었지만, 15년이라는 바람의나라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매번 ‘새 것’ 이 나올 때마다 기존의 ‘옛 것’ 들은 기억 저 편으로 사라지곤 했다. 북방대초원이, 일본/중국이, 환상의섬이 나오면서, 그리고 지금의 백제/격전지 시대까지….
‘새 것’ 을 받아들이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지만, ‘옛 것’ 을 잊는것은 ‘변화’ 가 아님은 물론 게임을 지탱하는 근본을 잃는 일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새로움을 위해 근본을 ‘포맷’ 해버린다면 더 이상 그 게임은 바람의나라가 될 수 없는 노릇이다.
게임에 어떠한 변화가 필요하건 기본적인 ‘틀’ 은 15년전의 바람의나라 그 자체이고 그 위에 새로움을 덧씌우는게 올바른 길일 것이다.
시대에 쫓기는 ‘변질’ 이 아닌, 기존의 ‘틀’ 을 깨지 아니하되 불가피한 경우엔 기존의 ‘틀’ 도 함께 잡을 수 있는 ‘변화’ 가 필요한 때이다.
그래야만이 바람의나라 고유의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세계최초 온라인 머드게임’ 이라는 칭호에 떳떳해질 수 있다고 본다.
이것이 넥슨,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의 ‘바람의나라’ 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이유인 것이다.
출처: 바람놀이터(사충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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